2023년 연말, 합정동 한 골목에 있는 지인의 룸에 들렀다. 사장님은 잠시 화장실 간 사이, 나는 메뉴판과 계산기를 붙들고 앉아 있었다. "야, 너 거기서 뭐 하냐?" 돌아와서 하는 말이 아니라, 원래 이런 걸 분석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 같은 업종, 전혀 다른 비용 방정식
여기서 다루는 건 마진율이 높고 낮음이 아니다. 구조 자체가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다. 객단가 20만원 초반대의 1호점과 50만원 중반대의 3호점을 단골로 다니면서 비교해본 결과다.
저가형 룸의 고정비는 생각보다 무겁다. 가장 큰 변수는 인건비다. 이직률이 높아서 신규 교육비가 계속 들어가고, 주말에는 시급을 1.5배 이상 줘야 사람이 구해진다. 안주 원가율은 10~15%로 낮게 잡지만, 그 대신 주류 마진으로 채우는 구조다. 문제는 주류 마진이 생각만큼 높지 않다는 점. 유통사 리베이트나 할인 행사로 인해 실질 마진율은 예상보다 떨어진다.
반면 프리미엄 룸은 인건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 직원 한 명이 처리하는 매출이 크고, 이직률이 낮아 교육비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대신 안주 원가율이 25~30%까지 올라간다. 여기서 중요한 건, 초기 인테리어 비용과 시설 유지비라는 숨겨진 고정비다. 2021년 오픈한 한 곳은 인테리어에 2억 가까이 썼는데, 3년 만에 분위기가 물려서 리뉴얼 압박을 받고 있다. 감가상각비를 생각하면 매달 나가는 고정 지출이 만만치 않다.
### 원가라는 미로에서 길을 잃는 순간
내가 가장 안타깝게 본 실패 사례는 단가 자체에 집착하다가 전체를 망치는 경우다.
어떤 사장님은 안주 납품 단가를 10% 낮추기 위해 유통사를 바꿨다. 당장의 원가율은 개선됐지만, 단골들이 "맛이 달라졌다"며 항의하기 시작했다. 안주 퀄리티 유지에 실패한 것이다. 결국 석 달 만에 원래 유통사로 돌아갔지만, 그 사이 이탈한 단골은 끝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또 다른 함정은 주류 리베이트에 눈이 머는 경우다. 특정 양주를 밀면 유통사에서 리베이트를 준다. 단기 현금 흐름에는 도움이 되지만, 손님이 원하는 브랜드를 못 마시게 하면 결국 만족도가 떨어진다. 마진율이 높아도 회전율이 떨어지면 의미가 없다.
### 계산기를 덮으며
단순하게 원가율만 보면 안 된다. 어떤 비용이 고정이고 변동인지, 그리고 그 비용이 매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봐야 한다. 저가형이 마진율은 낮아도 현금 회전율이 빠르고, 고가형은 마진율이 높아도 고정비 부담이 크다.
내가 이걸 체계적으로 정리한 노트가 하나 있다. 관심 있는 사람은 참고해보길. 상세 정보 확인 여기로 연락하면 도움될 거다. 사장님은 아직도 내가 그날 왜 메뉴판을 찍어갔는지 모르실 거다. 다음에 또 다른 곳에 가면, 나는 또 다른 분석을 시작할 테니까. 이게 내 취미니까.